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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ports 이효봉 해설위원이 그랬다. "서른 넘어 기량이 저렇게 확 느는 투수는 처음 봤다."

삼성 조계현 투수코치의 평가는 다른 측면이다. "정말 저 녀석처럼 열심히 야구하는 놈이 제자로 있어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

WBC 대표팀이 낳은 최고의 신데렐라 정현욱. 그의 눈부신 투구 속에는 아픈 과거의 기억이 담겨 있다. 지난 2004년 한국프로야구를 초토화시킨 병역파동 때 리스트에 올라있었다. 한때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던 결과였다. 이로 인해 2004년 가을부터 8개월간 서울구치소에서 실형을 살았다. 감옥에서 나온 뒤 군복무도 마쳤다. 이제는 담담하게 얘기하는 정현욱이지만 그때만 생각하면 병역브로커의 꾀임에 빠져들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아이러니다. 정현욱의 무쇠같은 어깨와 팔꿈치는 공교롭게도 구치소에서 만들어졌다. 당시 서울구치소에서 하루에 팔굽혀펴기를 무려 1000개씩 하며 몸을 만들었다고 한다. "감옥 안에서 사형수도 만났고, 조폭 출신 수감자도 봤는데 모두들 운동을 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 내가 운동선수였다. 사형수까지 운동하고 있는데 내가 가만히 있는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정현욱은 지난해 이렇게 밝혔다.

한편으론 딱히 할 일이 없어서였다면서 웃기도 했던 정현욱. 그러나 야구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절망감에 좌절했던 선수가 그것도 감옥에서 꾸준히 훈련한다는 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근육의 고통 보다도 수시로 찾아드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나마 그때가 있었기에 지금의 정현욱은 감옥 얘기가 나오면 쓴웃음이라도 지을 수 있게 됐다.

15일(이하 한국시각) 대표팀의 펫코파크 첫 훈련서 정현욱을 만나 물어봤다. "요즘 별명이 국민노예로 바뀌었는데 기분이 어떤가요?"

지난해 삼성 불펜에서 53경기에 등판해 127이닝을 던지며 10승4패, 11홀드에 방어율 3.40, 97탈삼진을 기록했다. 불펜투수가 규정이닝을 채우고 방어율 9위였다. 덕분에 노예처럼 던진다 해서 얻은 별명이 '정노예'.

이번에 엄청나게 격상됐다. 도쿄 1라운드때 일본과의 두차례 경기에서 호투하자, 팬들은 정현욱을 주인공으로 한 '내가 조선의 국노다'라는 패러디 포스터를 만들어 화제가 됐다. 이에 대해 정현욱은 "이거 너무 신분이 한꺼번에 상승해서 몸둘 바를 모르겠다"면서 미소를 지었다.

국민노예가 또한번 뒷마당을 깔끔하게 쓸었다. 16일 멕시코와의 2라운드 첫 경기, 2-2 동점인 3회 2사 1,2루에서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정현욱은 2⅔이닝 1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이날 역전승의 발판이 됐다. 이로써 대한민국에서 최고로 각광받는 '노예'가 한명 탄생했다.

스포츠조선:김남형기자

Posted by yellowsubmarine

2009/03/17 07:52 2009/03/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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