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멕시코전이 끝난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한 일본 기자가 한국 팀 김인식 감독에게 "세 번째로 일본을 만나는데 '흥분'되지 않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김 감독은 입가에 엷은 미소를 머금고 "흥분된다"고 답했다. "최고의 강적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과 또 만나게 됐습니다. 많게는 4번 이상 할 수도 있는데 끝까지 잘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김 감독은 멕시코전이 열리기 전엔 쿠바에 완승을 거둔 일본 야구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히 드러냈다. "일본의 높은 수준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던 경기였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이 포함되면서 베이징올림픽 때보다 확실히 전력이 좋아졌다. 미국에 오니 한국이 도쿄에서 일본을 1대0으로 눌렀다는 것을 여기 사람들이 참 신기해하더라."
조심스러운 모습의 김 감독과는 달리 한국 선수들은 일본전에 대한 필승의지를 드러냈다. 4번 타자 김태균은 "일본이 강팀이지만 계속 만날 것 같아 꼭 이겨야 한다. 동료들이 만들어 준 찬스를 놓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고 3번 타자 김현수는 "감기가 떨어지지 않아 걱정이지만 일본전에서는 최상의 컨디션을 찾아 꼭 이기겠다"고 말했다.
일본도 신중한 모습이다. 일본 대표팀 하라 감독은 쿠바전이 끝난 뒤 "한국과 멕시코 중 어떤 팀과 만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상대가 누군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본래의 플레이를 한다면 어떤 상대라도 이길 수 있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하지만 하라 감독이 한국전에 적지 않은 부담감을 갖고 있다는 게 일본측의 얘기다.
마이니치 신문의 무라타 다카카즈 특파원은 "선수들은 한국에 대한 '리벤지(설욕)'를 다짐하지만 코칭스태프는 한국을 껄끄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야구를 전문적으로 취재하는 칼럼니스트 기무라 고이치씨 역시 "일본에선 한국이 일본 팀에 대해 많은 정보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불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쿠바전이 끝난 뒤 한국전 선발 등판이 유력한 투수 다르빗슈 유와 포수 조지마 겐지 등이 한국과 멕시코의 경기를 관전하며 한국의 전력을 치밀하게 점검하는 모습이었다.
조선닷컴/샌디에이고=고석태 기자 kos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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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yellowsubmarine